사람들이 자주 하는 한탄이 있죠. '내가 ~하면서 겪은 일들을 다 쓰면 책 열 권은 나오겠다!' 하지만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진짜로 책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막상 도전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것 같기 때문이죠. 책에 무슨 내용을 집어넣지? 표지는 어떻게 만들고? 책을 내려면 출판사랑 계약 맺어야 하는 것 아니야? 인쇄는 어디서 어떻게 해? 책을 만들려면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에이, 나는 작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이런 걸 다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은 다 접어두세요. 책을 내기 위해서 출판사를 찾아갈 필요는 전혀 없고, 거창한 콘텐츠를 준비할 필요도 없으며, 많은 자본을 들여야 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렇다고 종이를 하나하나 장인 정신으로 엮어 책을 직접 제본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서점에서 파는 것처럼 근사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 간직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시대, 소량 인쇄소를 이용해 나만의 책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책에 무엇을 담을까? #내용 선정과 글쓰기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책에 들어갈 내용을 정해야겠죠. 쓰기 쉽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내용을 고르도록 합시다. 예를 들어, 여행을 다니면서 수첩에 쓴 짤막한 감상문들을 책으로 엮는 건 어떨까요? 여기에 사진이 더해진다면 멋진 여행기가 탄생하겠죠. 좋아하는 옛날 시들을 모은 시집을 만들거나, 나만 아는 유용한 레시피들을 엮은 요리책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또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한 잡담을 대화록으로 만들어 세월이 지나 펼쳐보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페이지가 얼마나 나올지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쓰고 싶은 내용을 생각해보세요.
내용이 완성되었다면 책을 어떤 크기로 만들지 정합시다. 참고로, 한국에서 시판되는 책들의 대다수가 A5 크기(국판, 148x210mm) 혹은 그보다 약간 더 넓은 크기(신국판, 152x225mm)로 인쇄되어 나옵니다. 이 판형들이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비율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특별히 원하는 책 크기가 없다면 둘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 안쪽을 편집해보자 #한글로 하는 내지 편집
▲ 한글을 이용한 용지 편집
내지 편집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프로그램은 어도비의 인디자인(InDesign)과 한컴오피스의 한글입니다. 인디자인을 사용하면 전문 출판사에서 하는 것처럼 세련되고 정교한 편집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로 편집하는 방식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한글을 열고 F7 키를 누르면 [용지 종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만들 책의 크기를 선택해 줍시다. [제본]은 맞쪽으로 선택해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책에서 흔히 보는 좌우 균형이 맞는 편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두꺼운 책을 만들 예정이라면 안쪽 여백을 바깥쪽 여백보다 2~3mm 길게 줍시다. 제본 시 안쪽 페이지 일부가 조금 말려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책을 만들 때 글꼴의 중요성은 빠뜨릴 수 없지요. 기왕이면 읽기 좋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글꼴을 선택하는 편이 좋겠죠? 한글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신명조'와 '신명 신명조'는 가독성이 좋아 출력물에 매우 흔히 쓰입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나눔명조'와 '나눔고딕' 또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글씨체이며,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만든 Kopub바탕과 Kopub돋움은 선명하고 세련된 라인을 자랑합니다. 책에 사진을 삽입할 경우, 사진이 들어갈 페이지는 백지로 남겨둡시다. 만일 8페이지에 사진을 삽입하고 싶다면 8페이지는 아무 글도 없는 상태로 하얗게 비워두고, 9페이지부터 글을 다시 삽입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PDF 파일로 출력합시다!
준비해보자! #표지
표지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쇄소에서 제공하는 기본 샘플 표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표지를 선택한 다음 표지에 들어가야 할 내용(제목, 글쓴이 이름 등)과 총 페이지 수만 인쇄소 사장님께 전달하면 끝입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지들은 의외로 종류가 다양하며 디자인이 깔끔합니다.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표지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나 업체를 찾는 것입니다. 이 경우 많게는 수십만 원 정도의 의뢰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런 경우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보다는, 미리 디자이너가 만들어 놓은 표지를 분양 받는 편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요. 후자의 경우 대략 6-9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부크크(http://www.bookk.co.kr/) 같은 사이트에서는 디자인 의뢰와 표지 분양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 포토샵을 이용한 A5 사이즈 책 표지 만들기
세 번째 방법은 표지를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간단한 포토샵 활용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직접 제작도 어렵지 않습니다. 날개가 없는 A5 책의 경우 표지의 크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꼭 300px 이상의 해상도로 작업하고 PSD 혹은 JPEG/jpg 파일로 저장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한 권도 만들어 준다! #소량 인쇄소
지금은 책을 원하는 만큼, 저렴한 비용에 제작해주는 소량 인쇄소들이 흔해진 시대입니다. 인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죠. 북토리(www.booktory.com/), 북메이크(www.bookmake.co.kr/), 소다프린트(http://www.sodaprint.kr/) 같은 소량 인쇄소에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정성껏 만들어 배송해줍니다. 내지와 표지에 쓸 종이의 종류도 의뢰인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책을 만들다 생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면 관리자분들이 친절하게 답변해주십니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견적 계산기를 이용해 책 제작비를 미리 계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제작비는 책의 두께, 크기, 종이의 종류, 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100페이지 이하의 A5 사이즈 책을 만들 경우 권당 4천원에서 7천원 사이의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쇄소를 결정했다면 견적 의뢰서를 작성합시다. 의뢰서에는 책의 크기, 페이지수, 종이의 종류, 제작 부수, 배송받을 주소 등을 적으면 됩니다. 그다음엔 의뢰서와 내지, 표지 파일을 인쇄소 웹하드에 제출합니다. 인쇄소에서는 견적서를 받고 제작비를 입금하는 즉시 제작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이제 수고한 자신을 쓰다듬으며 책이 집으로 오길 기다리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대략 2~5일이 소요됩니다.
지금까지 나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어렵지 않았죠? 종이책에는 모바일 기기에 없는 낭만이 있습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적절한 무게감,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낱장과 낱장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아련한 향수는 시대가 변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종이책만의 매력 포인트지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추억을 담아둔 종이책을 만들어보세요. 이 넓은 세상 속에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한 책을 만들어 남겨두는 일, 아주 낭만적인 이벤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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