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임상시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상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모두들 한 번쯤 임상시험이 가지는 딜레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으실 거에요. 아직 살아있는 생물에 대해 검증되지 않아 어떠한 해를 입힐지 알 수도 없는 약물을 인간에게 시험을 위해 투약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합당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대표적인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만약 공상과학 소설에서처럼 살아있는 인간 대신에 인공 장기에 약물의 반응을 실험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최근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Human on a chip이라는 것인데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줄 열쇠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uman on a chip!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말인지 쉽게 와 닿지 않는데요. 오늘 이 Human on a chip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상시험은 신약이나 치료법을 새로 개발할 때, 개발한 의약품이나 치료법을 도입하고 시판하기 이전에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에게 미리 투약하거나 실험하여 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미리 밝히는 과정입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매년 새로운 질병들이 등장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약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약업계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신약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임상시험에도 큰 비용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신약의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은 동물과 인간에게 차례로 두 번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생물에게 투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투여된 약물이 피험체에게 어떠한 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문제도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임상시험이라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직접 시험하지 않고 인간의 체내 환경을 흉내 낸 인공적인 장치에 약품을 실험할 수 있게 된다면 윤리, 비용의 문제와 인간에게 투약하였을 때 나타나는 다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Human on a chip은 바로 이런 생각으로부터 출발하게 됐습니다. 인간의 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모방하고 작은 사이즈의 장치들을 만들어 이들을 연결해 인간의 순환계를 흉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장치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험을 어느 정도 대체 할 수 있게 되고 임상시험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Lap on the chip의 모습(출처: http://www.uv.es/)
그럼 Human on a chip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할까요? Human on a chip은 Organ on a chip이라는 인간의 실제 장기를 모방한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폐를 흉내 낸 Lung on a chip에서부터 인간의 심장을 모방한 Heart on a chip, 인간의 장을 모방한 Gut on a chip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인간과 같이 각각의 기관들이 모여 인간의 순환계를 흉내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Organ on a chip은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 Lap on a chip의 모습(출처: http://www.uv.es/)
Human on a chip의 일부분인 Organ on a chip은 Lab on a chip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며 작은 기판 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전자회로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작은 크기의 기계적 구조물도 기판 위에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로 인해 매우 작은 크기의 유체가 흐르는 관과 전자 장치가 칩 위에 올라가게 된 것이죠. 이러한 발전은 연구실에서 하던 몇 가지의 일들을 작은 기판 위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를 이용하여 화학물질 분석장치, 의학적 진단 도구와 같은 여러 센서들을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장치들을 Lab on a chip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Lab on a chip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연구자들은 작은 기판 위에 실험실을 옮겼던 것처럼 이 기술들을 이용하여 인체의 장기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 형태를 모방한 인공장기를 작은 칩 위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제시되어진 Organ on a chip은 여러 연구진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 Lung on a chip의 모습(출처: http://www.techfly.co.uk/)
그렇게 Organ on a chip을 개발하던 연구자들은 인체의 장기들을 정확하게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작용하는 방식과 구조를 최대한 모방하면 실제 물질대사나 반응들을 비슷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고, 이를 토대로 Organ on a chip들을 디자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연구진들에 의해 인간의 장기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Organ on a chip들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우리는 그 중 대표적인 Lung on a chip을 살펴보며 Organ on a chip이 어떤 식으로 장기의 어떤 부분을 어느 부분을 주목하여 모방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Organ on a chip 구조(출처: https://en.wikipedia.org/)
작은 기판 안에 전체 장기를 모방하는 것은 실제적인 어려움이 존재하여 Organ on a chip은 그 장기가 기능하는 핵심적인 부분만 모방하여 만들어집니다. Lung on a chip에서는 인간의 폐 그중에서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 교환이 일어나는 부분인 폐포와 모세혈관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폐에서 물질교환이 이루어지는 모세혈관과 폐포의 경계는 PDMS로 이루어진 다공성 막이 대신하게 됩니다. 이 다공성 막 위에는 폐포의 상피세포가 또 다른 면에는 미세혈관의 세포가 위치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공성 막으로 중간이 나뉘고 양쪽이 폐와 혈관의 세포로 덮인 관이 탄생하게 됩니다. 다 완성된 것 같지만 폐의 기계적인 움직임까지 흉내 내기 위해서 몇 가지 장치가 더 필요합니다.
이 긴 관 좌우에 내부의 공기를 조절하여 진공상태로 만들 수 있는 분리된 관이 위치하게 됩니다. 기판 위 인공 장기를 이루는 물질은 유연해서 양쪽의 관이 진공상태로 변하면 그 압력에 따라서 내부 관에 있는 세포들과 다공성 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됩니다. 실제 숨을 들이쉴 때 횡격막이 내려가 흉강의 압력이 낮아져서 폐가 팽창하듯 주위 관의 압력이 감소하면 내부의 관이 팽창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호흡 시 외부 압력의 변화에 따라 폐포가 움직이는 모습까지 흉내 내면서 Lung on a chip이 탄생하게 됩니다. 또한 다른 Organ on a chip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핵심적인 대사 부위를 단순히 구조적뿐만 아니라 세포가 겪게 되는 기계적인 상황도 모방하여 만들어지게 됩니다.
▲ Human on a chip의 구조도
연구자들은 이렇게 얻게 된 Organ on a chip들을 보고 이들이 각 기관에서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해낼 수 있다면 이것들을 잘 조합해서 인간의 순환계도 모방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 개념이 바로 Human on a chip입니다. 각 기관의 세포를 이용하여 그 기관에서의 핵심이 되는 반응을 흉내 낸 Organ on a chip을 종류별로 모아 인간의 신체와 같이 구성하게 된다면 인간까지도 흉내 낼 수 있는 드림팀이 완성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 이러한 개념에 완전히 부합하는 완벽한 의미의 Human on a chip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Organ on a chip은 각 chip마다 오직 하나씩의 세포종류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chip이 모두 각자가 맡은 기관을 잘 시뮬레이션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모두들 연결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어떠한 약물에 대한 반응을 실험하는 경우 실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몇 가지의 장기만을 흉내 내서 한가지 제한적인 시스템만을 시뮬레이션하는 Human on a chip만이 제안되었을 뿐 궁극적인 목표인 어떠한 약품을 넣어도 인간의 장기와 동일한 물리적 반응과 물질대사를 일으키는 Human on a chip은 현재도 계속해서 연구 중에 있습니다.
▲ Organ on an chip(출처: http://www.fastcoexist.com/)
Human on a chip이 이상적인 형태까지 발전하게 된다면 제약회사는 Human on a chip을 통해 약물의 체내에서의 반응을 미리 측정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지금보다 간략화하고 더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서 제시한 임상시험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피험자들이 더욱 안전한 상황에서 임상시험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 궁극적으로는 임상시험을 완전히 대체할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인간의 질병에 관한 연구에까지 그 활용 영역이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Human on a chip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는데요, 아직 완성된 연구분야가 아닌 만큼 그 가능성과 활용성은 더 커질 수 있겠죠? 앞으로도 Human on a chip이 발전해나가는 모습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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