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프레 모습(출처: Business Insider)
여러분 만화 좋아하시나요? 대학생인 우리가 코딱지이던 시절 포켓몬스터, 세일러문 같은 만화에 열광하는 일은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서도 만화에 열광하는 친구들을 보면 종종 오타쿠라고 부르며 놀리곤 하는데요. 오타쿠는 어떤 뜻일까요? 오타쿠란 상대방의 집을 높여 부르는 일본말인 '오타쿠(お宅, おたく)'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초창기에는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등 어느 한 분야에만 관심을 쏟아 그 외의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으며 사교성도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부정적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타쿠라는 단어는 그런 부정적 의미를 넘어 '어느 한 분야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 일종의 마니아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타쿠의 뜻이 변화했음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오타쿠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들이 많습니다. 이런 편견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들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올 것입니다. 오타쿠를 우리와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이상한 존재로 취급하는 사람들! 그러한 우리들의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코스프레 오타쿠'들이 모이는 서울코믹월드를 찾아보았습니다.
코스프레의 장, #코믹월드!
▲ 인산인해를 이룬 참가자들의 모습
서울코믹월드는 에이스테크노라는 회사가 매달 혹은 격월로 진행하는 '아마추어 만화 종합 행사'입니다.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만화인들의 소통 공간이 되는 곳이죠. 또 직접 만화 캐릭터로 분장하는 코스프레를 마음껏 할 수 있고 만화 노래자랑, 프로 만화가, 성우를 만나는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됩니다.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서 정기적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제 1회 서울 코믹월드가 1999년도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꽤나 길죠?
처음 찾은 코믹월드에서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제 주변에서는 별로 없던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고 그러한 문화를 홀대하는 우리 사회문화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코믹월드는 단순히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만화를 사랑하고 창작하는 예술인들의 행사였습니다.
또 다른 내가 될 기회, #코스프레
▲ 만화영화 '코난' 코스프레
행사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프레 플레이어들이 있었습니다. 코난, 나루토 등의 만화영화부터 해리포터, 롤 같은 영화와 게임까지 다양한 분야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TV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코스프레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공손히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물론이죠'라는 대답과 함께 나오는 자연스러운 포즈는 찍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재미를 주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코믹월드 현장에는 코스프레를 한 사람만큼 그들을 구경하러 온 시민,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 군인 코스프레
전체적으로 둘러본 결과, 코믹월드는 일반 박람회가 아닌 마치 하나의 축제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만화 속에서만 보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숲 속을 돌아다니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에 평소에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성이 결여되고, 활동적이지 않을 것 같던 '오타쿠'에 대한 편견은 그곳에서 만큼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코믹월드에서 그들은 누구보다 활발하고 활동적으로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코스프레 #플레이어 인터뷰
▲ 코스프레 플레이어를 촬영하고 있는 기자
실제 경험한 그들의 취미는 활동적이고 평화적인,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지 절대 차별받고 오해를 받을 만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해 남아있는 편견에 대해 실제 코스프레 플레이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Q. 코스프레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어떤 취미든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스프레는 어려운 점이 조금 특별한 경우인데요. 아무래도 코스프레를 즐기는 연령대가 어리다 보니 어린 생각에서 비롯된 조그마한 사고들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사람들은 이 같은 코스프레 일부의 문제점을 코스프레 전체에 대한 문제로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람들의 편견이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최근 들어 점점 나아지는 추세에요.
Q. 코스프레가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또한 코스프레가 좋은 인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최근 들어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코스프레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러한 점들이 더 발달하면 상업적으로 발달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코스프레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이뤄진다면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Q. 코스프레에 대해 편견이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단순한 취미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미가 있듯 코스프레도 마찬가지라고 말이죠. 단지 조금은 독특해 보이고 생소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특징입니다. 그러한 특징을 차별받아야 할 것으로 치부하지 마시고 그저 저희의 취미를 존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이전에는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라면 왠지 특이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생각도 깊은 그를 보고는, 그들이 전혀 차별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취미와 취향은 누군가에게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듯 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타쿠들은 그저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오타쿠가 됩니다. 즉, 누구나 오타쿠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타쿠라는 단어를 이제까지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해왔습니다. 어떤 때보다 다양한 개성이 존중되는 지금 이 시대에, 오타쿠들을 차별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