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을 막은 스마트폰'이라는 기사를 본 적 있으신가요?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휴대전화가 총알을 막아 목숨을 건지게 된 사건인데요. 25세 청년 대니얼 케네디가 집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커다란 총성과 함께 10여 발의 총탄을 가슴에 맞았습니다. 하지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총탄의 충격을 막아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답니다. 대니얼이 사용한 휴대전화는 아이폰 5C로, 사건 당시 아이폰에는 10발이 넘는 총알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죠?
어떻게 휴대전화가 총알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소재가 총탄의 충격을 완화해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폴리카보네이트는 방탄 제품의 방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총격 사건이 일어날 일은 아주 드물지만,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 방탄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저와 함께 현재 방탄복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볼까요?
총알이 걸리는 방탄복의 원리
▲총알이 뚫지 못하는 케블라 섬유 (출처: Armorco)
방탄복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요? 인류 최초의 갑옷은 고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메르의 보병들은 작은 금속 못으로 장식한 길고 두꺼운 가죽 튜닉을 입고 머리에는 구리로 만든 투구를 썼다고 합니다. 그 후 중국에서 만든 갑옷은 종이를 15겹이나 붙여 만든 옷이었습니다. 종이로 갑옷을 만들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이후 구리, 종이 등 전장에서 전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복의 재료는 계속해서 발전되었습니다. 근대적 방탄조끼는 구리와 같은 철제가 아닌, 실크를 여러 장 겹쳐 만드는 섬유 방탄복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72년 미국 섬유기업인 듀폰에서 ‘무엇인가가 걸려들었을 때 그 진행을 막는 것’에 착안해 케블라는 매우 질긴 소재를 개발했는데요. 이런 질긴 소재를 이용해 총알을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수 겹의 질긴 케블라 사이로 회전하는 총알이 엉켜 그물망에 걸리는 것처럼 막아내는 원리죠.
▲아라미드 섬유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케블라는 5mm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실로 2톤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섬유입니다. 케블라는 우리에게 나일론으로 잘 알려진 아라미드(Aramid)라는 섬유의 강도를 강화시켜 만들어집니다. 케블라의 원료인 아라미드는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학물을 포함하는 폴리아미드(polyamide)로 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나며 고강력, 고탄성률을 특징으로 합니다. 케블라가 발명되었을 때, 너무 강해 녹일 수 없어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10년간의 연구 끝에 섬유 형태를 바꾸면서 대중화되었답니다.
케블라 섬유는 가벼운 원소인 탄소, 질소, 수소 등으로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고온과 화염에 강하기 때문에 열적 위험에 대한 안정성을 가진답니다. 하지만 물에 젖으면 강도가 줄어들어 방수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강철보다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케블라는 분자들이 늘어선 한 방향으로만 강도가 세고 그 반대인 직각 방향으론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물처럼 케블라를 엇갈리도록 만들어 어느 방향에서 힘이 오더라도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한답니다.
미래형 방탄복 소재, 그래핀
▲그래핀의 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보석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고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물질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그래핀입니다. 한화케미칼에서도 그래핀 소재를 판매, 응용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그래핀과 다이아몬드는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같지만, 그래핀이 다이아몬드보다 2배, 강철보다는 200배나 더 단단하답니다.
같은 원소로 이뤄져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탄소 사이의 결합 차이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이루고 있는 탄소들은 단일결합으로 되어있지만, 그래핀을 이루고 있는 탄소들은 이중결합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이중결합은 말 그대로 탄소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두 개라는 뜻인데요. 탄소와 탄소를 연결하는 다리가 하나인 단일결합보다 이중결합이 더 강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보다 그래핀의 강도가 더 센 것이랍니다.
이렇게 다이아몬드보다 강력한 그래핀을 방탄복의 재료로 사용한다면 성능이 정말 대단하겠죠? 실제로 그래핀을 30~300장 겹쳐놓고 여기에 실리카 탄환을 발사하는 실험도 진행되었는데요. 실험 결과, 실리카 탄원은 실제 총알의 빠르기로 그래핀에 충돌하였지만, 탄환이 그래핀에 닿자마자 운동에너지가 그래핀 전체에 분산되면서 충격이 흡수되었답니다. 그래핀의 방탄 효과가 입증된 것이죠. 두께가 얇다는 장점을 가진 그래핀은 100만 장을 겹쳐도 두께가 0.3m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현재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방탄복과 같은 두께로 만들게 되면, 방탄 능력이 10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방탄복에서 볼 수 있는 섬유과학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철과 같이 단단한 금속이 아닌 그래핀처럼 가벼운 합성섬유로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방탄소재! 지금도 매우 신기하고 놀랍지만, 앞으로 또 어떤 신소재 개발로 우리 안전을 지켜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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