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중간고사가 가까워지는 지금! 선배들과의 밥 약속은 바닥이 나고, 과제와 학교 행사에 치이다 보면 바빠서 밖에서 밥을 먹게되는 횟수가 늘어나죠. 그러다보면 시간과 돈이 많이 부담돼 저절로 학식과 친해지게 되죠. 혹시 학식을 드시면서, 내가 매일 먹는 학식과 다른 학교의 학식은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직접 학식을 먹고 비교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쉽지만 모든 학교를 다 가볼 순 없었기 때문에 어떤 학교를 가야할까 많이 고민되더라고요. 장고 끝에 학교 다섯 곳을 선정한 후에 찾아가서 밥을 먹고 왔어요! 제가 직접 찾아가서 먹어본 다섯 곳의 학식을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드리겠습니다!
경희대엔 두 개의 캠퍼스가 있어요. 하나는 문과대학이 많이 있는 서울캠퍼스, 다른 하나는 공과대학과 국제학부가 있는 국제캠퍼스에요. 지금 소개해드릴 학식은 국제캠퍼스의 공대학식 이에요. 이 학식의 경우에는 식사시간대에 따라서 메뉴가 유동적인데, 조식과 석식은 단일 메뉴로 통일되어있고, 중식은 메뉴가 한식, 특식, 분식의 세 종류로 나뉘어 있어요. 그리고 중식의 각 종류가 단일 메뉴를 가지고 있고요.
위쪽에 보이는 라면은 2,000원, 아래쪽에 보이는 특식은 3,200원이에요. 가격대가 센 편은 아니지만 저렴하지도 않은, 무난한 가격대가 아닌가 싶네요. 맛은 괜찮은 편이고요. 저 특식의 왼쪽 위에 보이는 저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 프라이드치킨이 맞아요. 점심으로 치느님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고려대학교 학생회관의 학식은 제가 직접 가봤거나 들어본 학식 중에 많이 특이한 편이었어요. 보시다시피 메뉴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정해진 것도 아니에요. 식판을 들고 트레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서 담고, 줄의 끝에서 담은 만큼에 해당하는 금액을 결제하면 돼요. 먹는 사람의 자유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서 가격대와 메뉴가 천차만별이에요. 맛은 아주 좋진 않았지만 무난한 수준 정도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구조인데도 인원수에 맞게 시키면 리필이 돼요! 저랑 제 친구가 점심으로 먹은 학식인데요, 둘이 많이 비슷하게 담긴 했지만 떡볶이의 유무와 쌀밥인지 비빔밥인지의 차이 등이 있어요. 가격은 왼쪽이 2,300원, 오른쪽이 4,500원 정도였어요. 주식만 자유롭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부식도 마음대로 골라 담는 구조에요. 정말 특이하지 않나요?
먼저 다른 대학교들과 달리 학생회관이 아닌 사범대학교에서 학식을 먹었고 그걸로 비교를 하겠다는 사실을 밝힐게요. 공평한 비교를 위해 어느 정도 가격대를 맞추고, 상대적으로 유사한 메뉴를 고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그냥 학식으로 할 걸 그랬어요. 어쨌든! 시작하겠습니다! 서울대 사범대의 학식은 위와 같이 생겼어요. 제가 간 날엔 메뉴가 철판 불고기 볶음밥과 국, 밑반찬이었고요. 보시다시피 가정식 백반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메뉴는 그냥 매 끼니마다 정해지는 단일 메뉴였고요, 가격은 서울대 학생증으로 결제를 할 때는 3,500원,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4,500원이었어요. 밥이 좀 싱거운 맛이 드는 것만 제외하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부식으로 나온 저 핫도그가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또, 이 식당의 좋은 점은 리필이 된다는 점이에요. 저는 밥통이 큰 편이라서 사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양으로는 좀 부족했는데 아래 사진의 영양사분께 가서 밥을 더 주실 수 있느냐고 여쭤봤더니 흔쾌히 승낙하시면서 밥을 수북이 담아주시더라고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의 1층 입구 왼편에 있는 학식은 정말 다양한 메뉴를 자랑해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메뉴판이 꽉 차있더라고요. 가격은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4,000원은 넘고 경우에 따라 5,000원대 중후반까지 가더라고요.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제가 먹은 메뉴는 양식의 몽골리안 치킨이었어요.
같이 간 친구는 만두 김치찌개를 먹었고요. 제 것은 양식이라 그런지 밑반찬이 따로 있지는 않았고 친구의 한식에는 몇 개가 같이 나왔어요. 기름기가 좀 많고 치킨이 별로 없어서 겉보기엔 실망스러웠는데 학식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맛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부식이 따로 있진 않았습니다.
외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학식의 제왕이에요. 2010 경향신문 대학 지속 가능지수 평가에서 당당하게 전국 대학 중 1위를 차지하고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거든요. 아래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정말 은혜로운 양과 가격을 자랑해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외대의 학식은 글로벌캠퍼스의 후생관 학생식당입니다.
그림에선 잘 안 보이지만 양식과 한식은 2,500원, 라면은 1,400원, 가락국수는 1,500원에 제공돼요. 독특하게도 다른 학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컵과일(2,000원), 닭가슴살샐러드(2,500원), 컵밥(2,500원) 등의 메뉴도 보이네요. 가끔 밥을 먹기는 부담스럽고, 안 먹자니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 정말 딱일 거 같아요.
위의 사진은 이 날 제공된 메뉴들 중 일부인데요, 앞서 언급한 컵밥이나 컵과일도 눈에 띄네요. 아래의 음식은 돈가스 나베인데요, 맛도 좋고 무엇보다 양이 워낙 푸짐하기 때문에 리필이 안 된다는 것은 단점이 되지 못할 정도에요. 사실 외대의 대표적인 학식은 서울캠퍼스의 학식이지만, 거기에는 못 미쳐도 글로벌캠퍼스의 학식도 매우 훌륭했어요.
▲ 학생식당 (출처: 대전대학교)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명심하셔야 하는 점은 점은 학교들에 학식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 글에서 언급한 학교들에는 최소 4개의 학식이 있고 서울대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중 제가 경험한 학식들로 비교를 한 거라는 점을 유념해주세요. 각 학교에는 1,500원 정도 하는 매우 저렴한 학식도 물론 있어요. 제가 직접 학식 투어를 하면서 느낀 건 학식마다 독자적인 특징이 있다는 거였어요.
서울대는 뭔가 가정식 백반 같은 느낌이었고, 고려대는 매우 실용적인 학식, 연세대와 경희대, 외대는 약간 휴게소나 백화점 푸드코트 같은 학식이었어요. 당연히 무엇이 낫다 무엇이 별로다 순위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여러분도 친구를 만나러 갈 때나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모교의 학식이 아닌 제각기 독특한 특징을 자랑하는 타교의 학식을 한 번 체험해보세요. 그만한 보람이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