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독특한 세 곳의 커피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일 즐기는 익숙한 프랜차이즈 커피에서 벗어나 가끔은 색다른 곳을 찾고 싶을 때, 홍대의 고집스런 커피 장인이 있는 이 곳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잔의 커피에 담겨 있는 커피 이상의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 첫 번째 이야기 – 칼디, 커피의 전설을 만나다.
▲ 산울림소극장에서 지하철역쪽 내리막길을 거의 다 내려와서 오른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홍대의 터줏대감
* Kaldi : 최초로 커피를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에티오피아 목동의 이름. (커피의 기원에 대한 전설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
홍대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산울림 소극장 내리막길은 그냥 주택가였습니다. 칼디는 그때부터 홍대에 자리잡고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자체 로스팅 커피를 내어주는 곳이었으니, 전설의 목동 칼디라는 이름에 딱 맞는 원조라고 할 수 있죠.
▲ 숯불로스팅 시스템의 위용 – 생각보다 큰 규모에 압도당하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숯불배전
숯불배전 시스템은 서덕식 사장님의 30년 커피인생이 묻어나는 로스팅 시스템입니다. 기존 로스팅기에 숯불을 지필 수 있도록 튜닝한 것이라고 합니다.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참숯으로 커피를 볶기 때문에 커피 콩 겉과 속이 골고루 볶아진답니다. 참숯의 은은한 향이 함께 배어 있는 장인의 커피 한잔이 기대됩니다.
▲ 칼디의 내부 – 왼쪽에는 커피교실이 오른쪽에는 커피용품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커피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칼디에서는 커피는 물론 커피와 관련된 모든 기구를 판매합니다. 보통 자체 로스팅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용품을 같이 판매하는데요, 여기처럼 다양하게 갖춰 놓은 곳은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는 사장님의 30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Actual Coffee Roasting Academy’가 운영되고 있어서 좋은 커피를 즐기는 것을 물론 커피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 두번째 이야기 – 곰다방, 핸드드립을 만나다.
가장 홍대스러운 곳에 위치한 곰다방
홍대의 인디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얼마 전 버스커버스커가 거리공연을 한 홍대 정문 건너편의 놀이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에는 벼룩시장도 열리니 볼거리도 아주 많죠. ‘커피 볶는 곰다방’은 바로 그 놀이터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홍대에도 커다란 규모에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카페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제 홍대의 멋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여전히 ‘홍대스러움’을 간직한 곳이 바로 ‘커피 볶는 곰다방’입니다.
▲ 옷걸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는 간판에서 홍대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핸드드립 커피만 추구하다
곰다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핸드드립 커피만 추구하는 곳입니다. 뭘 시켜도 핸드드립입니다. 출판 기획자이기도한 사장님이 그냥 핸드드립 커피가 너무나 좋아서 그것만 팔기로했다는 것이 곰다방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처음에 대로변에 조그마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하다가 직접 원두를 볶고 나만의 커피 맛을 내다가 그만 핸드드립의 매력에 푹 빠지셨다네요. 가장 오래된 커피제도 방식이자 가장 인간적인 커피라고 할 수 있지요.
▲ 은은하철도 999의 메텔이 그려져 있는 천정 벽화
그림 그리고 책
핸드드립 이외의 곰다방 만의 특징은 바로 그림과 책입니다. 메뉴판은 홍대에서는 유명한 아티스트 레이지 핑크 웨일이 직접 그려준 것이랍니다. 벽과 천정에도 그림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그리신 것이라고 하네요. 여기 사장님께서 출판기획을 하시는 분이라 이 작은 곳이 온통 책들로 쌓여 있습니다. 북카페는 아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커피와 함께할 책이 다양한 곳입니다.
▲ 레이지 핑크 웨일이 직접 그린 메뉴판
책을 사랑하고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커피 핸드드립을 고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세번째 이야기 – 미즈 모렌, 더치커피를 만나다.
▲ 미즈는 일본어로 물, 모렌은 네덜란드어로 풍차를 뜻합니다.
미즈모렌의 발견
홍대 주차장길 제일 아래쪽 왼쪽에 위치한 Café Miz Moren. 찬물로 오랜 시간 내리기 때문에 일반 커피전문점에서는 잘 팔지 않는 더치커피. 그 까다로운 더치커피만을 취급하는 카페가 바로 미즈모렌입니다. 여기 사장님께서 일본에서 더치커피를 처음 접하고 나서 우리나라에 더치커피 전문점을 열었다고 합니다. 가게 시작의 유래를 듣고 나니 왜 가게이름에 일어와 네덜란드어가 같이 쓰였는지 이해가 되네요.
▲ 주문이 있으나 없으나 미즈모렌에서는 항상 커피를 내립니다.
12시간의 기다림
네덜란드 상인들이 찬물에 오랜 시간 내려 마셨다는 더치커피. 미즈모렌에서는 한 방울 한 방울 중력을 이용하여 찬물에 12시간 동안 커피를 내립니다. 에스프레소가 고농축 커피를 추출하는 이탈리아의 정열을 담은 커피라고 한다면 더치커피는 북유럽 네덜란드의 자연스러움과 여유를 담은 커피인 것 같습니다. 12시간의 기다림 끝에 완성되는 한잔의 커피, 그 시간만큼이나 특별함이 배어있습니다.
▲ 미리 내린 커피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냉장보관 됩니다.
차갑게 즐기는 특별함
더치커피는 열에 의한 화학적 변화가 적어서 커피 본래의 맛에 가장 충실한 커피라고 합니다. 끓이면서 날아가는 커피향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다른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커피향을 느낄 수 있구요, 끓인 커피와 달리 특유의 와인색을 띄게 됩니다. 또한, 카페인은 찬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어서 더치커피에는 카페인 함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카페인이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이 즐기기엔 더 없이 좋은 커피입니다.
미리 내린 커피는 신선함과 향을 잡아두기 위해서 와인병처럼 마개가 달린 병에 담아 냉장보관을 합니다. 풍부한 향에 은근한 신맛이 나는 더치커피는 마실수록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한 분야만 추구하는 조금은 특별한 세 곳의 커피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한잔의 커피에 만드는 사람의 고집이 느껴지는 곳. 정말 많은 커피집들이 있지만 홍대에 가신다면 이런 특별한 곳을 찾아서 정성으로 내린 커피를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칼디와 같이 한 분의 인생이 담긴 커피, 곰다방처럼 인간적인 느낌이 드는 커피, 미즈모렌 같이 기다림의 미학을 담아낸 커피 한잔이라면 멋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