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성 탐사로봇 필레(출처: http://en.wikipedia.org/wiki/Philae_(spacecraft))
지난 주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소식은 바로 사상 최초로 혜성에 착륙한 탐사로봇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2일 “무인 우주선 로제타호에서 출발한 로봇 필레가 7시간 끝에 혜성에 착륙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답니다. 로제타호는 목적지인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필레를 정확히 내려놓았고 필레는 드릴이 달린 다리 세 개와, 작살 2개, 몸체에 장착된 분사기를 이용해 중력이 지구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혜성에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 필레가 착륙한 혜성(출처: http://en.wikipedia.org/wiki/Philae_(spacecraft))
필레의 혜성 착륙은 빠르게 회전하는 쥐불놀이 깡통 위에 10원짜리 동전을 던져 올린 것에 비견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5억 1000만㎞ 떨어진 곳에서 시속 6만 6000㎞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혜성 위에 무게 100kg으로 작은 냉장고 크기의 필레를 올려 넣는 일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일 것입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필레의 혜성 안착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상상속의 일이 현실로 구현됐기 때문이죠!
필레의 몸체에는 10가지 첨단 측정 장비와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혜성의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은 물론 토양과 먼지, 수증기 성분을 분석해 지구에 전송하는 임무를 갖고 있답니다. 이번 탐사로봇 사상 최초 혜성 착륙 성공으로 행성의 생성 이전인 46억 년 전 태양계의 비밀이 밝혀질지 기대했답니다.
▲ 스피릿(출처: http://en.wikipedia.org/wiki/Mars_Exploration_Rover)
오랜 기간 혜성 탐사를 해야 하는 필레. 어떻게 에너지를 수급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기술로 가능하답니다. 바로 ‘태양광’으로 말이죠. 필레는 태양 전지판으로 몸을 감싸 전 방향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고 해요.
▲ 스피릿(출처: http://en.wikipedia.org/wiki/Mars_Exploration_Rover)
탐사로봇의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이 활용된 것은 필레가 최초는 아닙니다. 화성탐사선으로 유명한 스피릿도 태양광을 동력자원으로 움직이는 우주 탐사 로봇이었죠.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탐사선이었던 스피릿은 2004년 1월 화성의 붉은 대지 위에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착륙시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에어 쌌던 에어백이 사그라지자 스피릿은 기지개를 펴듯 빛나는 날개를 폈습니다. 태양전지 패널이었습니다. 이 태양광 패널은 최대 140W의 전력을 생산해 내며 스피릿이 화성 탐사를 하는 동안 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했습니다.
지구와 스피릿의 교신이 끊긴 시점은 2010년으로 화성에서 2269일을 보낸 뒤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애초에 스피릿의 수명은 3개월 정도로 추산했는데, 이에 비하면 무려 25배 이상 임무를 수행한 것이죠. 만약 흙먼지가 스피릿의 태양광 패널을 가리지만 않았다면 더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스피릿(출처: http://en.wikipedia.org/wiki/Mars_Exploration_Rover)
태양광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날씨와 바람, 설치 환경 등에 따라 에너지 출력량이 들쑥날쑥하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이렇듯 통제가 어려운 특성을 흔히 간헐성(intermittency)이라고 부릅니다. 혜성탐사로봇인 필러도 결국 태양이 들지 않는 음지에 착륙하면서 결국 배터리가 방전돼 버렸지요. 지난 2012년 미국이 발사한 3세대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4.5㎏의 플루토늄 핵에너지로 움직인답니다. 태양광의 간헐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에너지가 언젠가 완전히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지요.
▲ 오퍼튜니티 소재 다큐멘터리(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TORqhjZbCz4)
간헐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이차전지에 잉여 에너지를 충전해놓았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죠. 화성 탐사선 스피릿도 7kg이 넘는 리튬이온 전지 2개를 달고 다니면서 충전해서 부족한 혹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사용했답니다.
잉여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지를 대규모로 연결한 것을 ESS(energy storage system)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들어 ESS(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활발해져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답니다. ESS(energy storage system)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미래에너지 이야기에서 더욱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 오퍼튜니티 소재 다큐멘터리(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TORqhjZbCz4)
스피릿의 이야기를 하면서 쌍둥이 탐사로봇인 오퍼튜니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오퍼튜니티도 스피릿만큼이나 화성에서의 생활이 녹록치만은 않았는데요. 바퀴가 태양빛이 닿지 않는 모래 언덕에 빠지며 큰 고난에 빠지기도 했지요. 35일의 사투 끝에 모래언덕을 탈출했지만 이후에도 로봇 팔 관절이 손상되는 등 고난은 계속됐답니다.
그래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우직하게 화성에서의 중요한 자료들을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쌍둥이 로봇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들은 화성의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부터 화성의 수많은 풍경 등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귀한 자료들이었지요.
▲ 오퍼튜니티 소재 다큐멘터리(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TORqhjZbCz4)
2011년 스피릿의 동력이 모두 상실된 이후에도 오퍼튜니티는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화성 탐사를 하고 있답니다. 오랜 세월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부품과 장비가 마모돼 사진의 화질과 이동 속도는 떨어지고 있지만 말이죠. 3개월에서 10년 이상 늘어난 탐사 로봇의 수명은 태양광이 이뤄낸 기적이겠지요. 과학자들이 교신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이후로도 오퍼튜니티는 지구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탐사선의 신호는 태양이 더 이상 빛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