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오로라로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해주었던 꽃보다 청춘이 이번엔 정반대의 지역인 아프리카로 떠나 지난 19일에 첫방송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오로라편에 이어서 아프리카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응답하라 1988과 꽃보다 청춘의 성공적인 조합은 아프리카 편 첫 방송부터 납치극이라는 상황 설정을 통해 출연자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이끌어 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으로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럼 나영석 PD는 왜 이번 여행지로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선택한 것일까요? 두번의 환승과 21시간이라는 긴 비행시간을 견뎌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나미비아. 그곳에서 나영석 PD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부터 나미비아 독립 등을 규정하는 ‘브라자빌 의정서’에 조인했던 날인 1988년(11월)을 '응답하라 1988'과 연결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게는 아직 많이 낯선 나미비아.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라 나미비아. 지금부터 꽃보다 청춘이 떠난 그곳으로 우리도 함께 가보려고 합니다!
나미비아라는 국가 이름은 나미브 사막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국토의 80%가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미브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자주 들어서 알고 있는 사하라 사막보다도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나미비아의 영토의 중앙을 나마콸란드로 불리는 해발 고도 1,000~2,000m의 고원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져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을 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경선을 따라 쿠네네 강, 오카방고 강, 노소브 강 그리고 오렌지 강 이렇게 4개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기후는 대부분 사막의 날씨가 그렇듯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매우 건조하다고 합니다. 또한, 강우량이 적고 일정하지 않아 가뭄이 심각한 반면 1년에 300일 이상이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어, 항상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천체 관측자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기후 조건으로 인해 동, 식물이 살기에는 적합한 곳은 아니지만, 실제로 '나미브' 라는 단어의 유래는 현지 부족어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척박환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야생 동, 식물이 적응해서 살고 있는데요. 특히 지구상에 단 두 나라에서만 서식한다는 사막 코끼리가 나미비아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미비아에서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기본소득에 관한 의미 있는 실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나미비아와 같이 매우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인 경우 전 국민의 대다수가 절대적으로 빈곤한 수준 이하고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후원자들의 기부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희망 프로젝트가 이뤄졌습니다. 그 내용은 나미비아 오미타라 지역의 60세 미만인 모든 주민에게 매달 100 나미비아 달러를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모두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미비아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 이후, 나미비아의 빈곤 문제는 급격하게 개선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경제 활동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에 따라 범죄 발생 건수도 줄어들었으며,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를 해오면서 내수경기까지 좋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실험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에서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증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사회복지 개념의 돈이 아닌,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기본소득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배상민 KAIST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상위 10%의 사람과 나머지 90%의 사람들 중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쪽일까요? 나머지 90%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10%를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 연구는 선진국에서 소외받는 사람과 제3세계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디자인 연구입니다. 그럼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1. 라이프스트로우(LifeStraw)
▲ 라이프스트로우를 이용해서 물을 마시는 모습(출처: http://www.jebiga.com/)
스위스의 베스트가드 프랑센(Vestergaard Frandsen)에서 만든 라이프스트로우는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자원이 오염되어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제3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요원, 선교사, 자원봉사자 등에게 먹을 수 있는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휴대용 정수 빨대입니다. 라이프스트로우는 개인용으로 한 사람이 1년간 먹기에 충분한 용량인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99.9%의 수인성 박테리아와 98.5%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으며, 어떠한 전기적 장치나 교체품이 필요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큐드럼(Q-Drum)
▲ 큐드럼을 이용해서 물을 나르는 어린이(출처: http://greenupgrader.com/)
라이프스트로우가 있어도 마실 물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수많은 물 부족 국가의 어린이들은 우리가 너무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수 km를 걸어서 이동한다고 합니다. 물론 양동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돌아와야겠지요. 그렇다 보니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남아공의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 한스 핸드릭스가 큐드럼을 디자인하여 해결하였습니다. 큐드럼의 개발로 기존에 10리터 밖에 나를 수 없던 물을 타이어 모양의 큐드럼을 통해 한 번에 50리터의 물을 굴리면서 쉽게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3. 행복한 대야(Happy Basin)
▲ 행복한 대야(출처: http://www.onnue.com/)
마지막으로 소개할 적정기술은 행복한 대야입니다. 2009년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철해치상을 수상한 기우식, 최덕수 디자이너의 착한 디자인입니다. 물을 퍼 나라는 일조차 여의치 않아 오염된 물을 먹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사용방법은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아주 직관적입니다. 행복한 대야를 물이 있는 곳에 올려놓고 살짝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필터를 통해 걸러진 깨끗한 물이 대야로 유입되는 방식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모자로도 사용 가능하며, 물을 퍼서 옮겨 담는 바가지 용도로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적정기술 제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HDPE입니다. 견고한 재질을 바탕으로 충격에 강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변형과 탈색이 강해 제3세계 사람들이 안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용이합니다. 그리고 철과 같이 녹이 슬거나 썩지 않고, 약품에도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물을 담아두어도 걱정이 없습니다. 또한 HDPE는 안전하다고 알려진 플라스틱 재질 중 하나로 유아용 수저나 용기 등에도 자주 사용될 만큼 검증된 친환경 소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HDPE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인 가벼움은 제품을 들고 먼 거리 이동이 잦은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지금까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이 간 나미비아를 중심으로 적정기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상위 10%의 선택받은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하루를 살아가지만, 90%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존의 갈림길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텨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받은 혜택을 그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영석 PD도 꽃보다 청춘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함께 공유하고자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떠난 것은 아닐까요? 우리 모두 소외되어 있는 제3국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같이 지켜봐 줄 수 있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