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어느 날 박진향씨(지난번 슈퍼스타H 참조*)의 소개로 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 Rohan(로한)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매우 떨렸어요. 왜냐구요? 대기업회사의 임원, 그것도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긴장했었죠. 그런데 웬걸! 처음 봤는데도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느낌에, 간단한 한국어도 곧잘 이해하시고, 얘기하면서도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Q: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A: 제 이름은 로한 헤티아라치(Dr. Rohan Hettiarachchi)입니다. 스리랑카에서 태어났고 네덜란드에서 의학을 공부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산지 약 6년 지났고요. 제 이름 중에 성이 헤티아라치인데, 스리랑카에서도 독특한 성으로 누구나 딱 들어보면 스리랑카 출신이구나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이 발음하기가 어려워서 다들 로한이라고만 부르고 있죠.
Q: 의학부에 부사장이시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세요?
A: 다국적 제약회사에 일하고 있고, 의학부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의학부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국내 병원 및 의사들과 연계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과, 한국지사의 마케팅 부서와 영업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신약을 소개하기 전, 이 제품들이 동물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철두철미하게 시험을 거치게 됩니다. 현존하는 제품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한 후에 비로소 시장에 신약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의사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서도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서의 오랜 타지생활이 힘들거나 외로울 것 같은데…. 외로울 땐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A: 가끔 외롭긴 하지만 사실 많진 않아요. 제 성격상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4~5년이 지나면 업무를 변경하거나 지역을 바꾸는 걸 좋아하죠. 전 변화가 많은 게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뜻밖에 6년 정도 지내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한국이 역동적인 지역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외로울 때는 비가 온다든가 집에 할일 없이 있을 때인데, 그럴 땐 독서나 영화감상으로 외로움을 달래죠. 그래도 TV에 채널이 100개나 있기 때문에 크게 외롭지 않아요.
보통 비즈니스 미팅이라던지, 회사 워크숍, 출장 등으로 회사 일이 바쁘므로 외로움을 탈 겨를이 없어요. 여유시간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면서 재미있고 바쁘게 지냅니다.
Q: 부사장님과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요. 보통의 임원분들과는 다른, 친구 같은 편안함이 많았어요. 부사장님 직원분들에게도 이렇게 친구처럼 대해주시나요?
A: 한국 문화랑 유럽 문화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유럽에는 위계질서에 대한 개념이 크지 않고,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 의견에 대해 스스럼없이 발언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직급과 나이에 따라서 서열이 뚜렷하죠.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가 독일회사이다 보니 위계질서가 없는 문화여서 서로 자유롭게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직원들에게 최대한 민주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여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하죠.
사람은 타인의 에너지를 뺏는 사람과 타인에게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 중에 특히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흥미로운 사람이 많아요. 신선한 의견도 얻을 수 있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다만,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회사다 보니 특정 직원만 편애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지혜씨는 사석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 편하게 대할 수가 있죠.
Q: 항상 나이에 비해 젊게 사시는 것 같아요.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으시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으실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A: 아… 그런가요?? (웃음) 일이나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오늘만을 생각하고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나 내일에 대한 걱정을 거의 안 할뿐더러 미리 하지도 않으려 해요. 현재에 초점을 맞춰서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즐기려는 마음가짐 때문에 스트레스를 생각보다 별로 받지 않아요.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사람들과 얘기 하며 풀거나 영화 보거나, 운동하며 풀어요. 사람의 나이는 정신적인 나이와 실제적인 나이가 있는데, 제 정신적 나이는…. 흠….
22살이요!
고마워요. 그래서 아마 젊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
Q: 제약회사에서는 일이 사람의 생명과 직접 관련되어있는데요. 일하면서 보람됐던 일이 있으셨나요? A: 한국 오기 전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한국에 오면서 부사장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업무를 맡았는데 내가 추진해서 만드는 신약이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네덜란드 대학병원에서 뇌나 심장 쪽의 의사로 일 했었는데 그때보다 여기서 일하는 게 더 보람됩니다.
Q: 일 때문에 해외출장이 잦고 여행도 많이 다니시던데, 안 가본 나라가 없으실 것 같아요. 어디를 가보셨나요?
A: 모든 대륙은 다 가봤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라틴아메리카인 브라질, 멕시코를 가봤고, 캐나다와 미국은 100번 넘게 가봤는데 특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을 좋아해요. 언젠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횡단으로 운전해서 가보고 싶네요. 아프리카에선 남아프리카에 있는 케이프타운(cape town)을 가봤는데 다음 번에는 못 가본 몽골이나 러시아를 가보고 싶어요.
아시아는 많이 가봤는데 특히 중국이랑 일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웬만한 한국인들보다도 여기저기 많이 가봤어요. 흠..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자라서 오래 있었고, 호주는 애들레이드를 좋아해요. 유럽의 경우엔 서, 동, 남유럽은 다 가봤지만, 그 외 동유럽 쪽의 조그마한 국가들은 못 가봤어요. 여행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행은 늘 저에게 자극이 되고 늘 배울 것을 제공하죠.
나중에는 배로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현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더 좋아서 나중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Q: 한화케미칼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떨 거로 생각하세요?
A: 우리 회사에선 한화 바이오 사업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유명하고,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업은 많은 기업이 시도하고 있죠. 한화 말고도 삼성, 셀트리온, 바이넥스… 등 여러 업체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신사업 같은 경우에는 당장 실적이 나올 수는 없고 최소 한 5년 정도는 투자하며 성패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Q: 최근에 한국모델(이하늬)로 국내 제작된 변비약 광고(둘코락스 에스)가 미국 전역에 방영되는 일이 있었던데 매우 드문 일이라고 들었어요. 이하늬 씨를 넣게 된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궁금해요!
A: 약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이 있는데 이 약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팔렸고 미국에서의 시장확대를 위한 전략 때문에 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상표 이름을 얘기하면 알지만, 우리 회사이름을 얘기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스코리아와 미스유니버스였던 이하늬 씨 광고가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인지도가 높아지면 매출이 상승 되는 효과가 있고요.
Q: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 있으신가요?
A: 남자 연예인 중에는 Red2라는 영화에 이병헌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여자 연예인 중에서는 백지영의 춤과 노래를 좋아합니다.
Q: 이제 곧 12월이 지나고 2014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한국에 온 지도 벌써 6년지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평생을 살 계획은 없습니다만, 당장 어딘가로 옮길 계획은 없습니다. 그러나 몇 년 이후엔 세계의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네요.
Comment: 바쁜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로한 부사장님께 감사 드리며, 제가 영어가 부족한데 옆에서 많은 도움 주신 박진향 씨께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