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성공적인 M&A와 사업 계약 체결을 하기까지는 업계의 현황, 회사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법적 support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로펌이 아닌 기업체에서도 변호사들이 근무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에 만나 뵐 분은 한화케미칼 법무팀의 미국변호사 이현진 매니저입니다! 변호사라면 드라마 속의 법정에서 멋진 변론 장면을 떠올리기가 쉬운데요, 기업에서 일하는 변호사, 더구나 미국 변호사라고 하면 정말 어떤 일을 하는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럼, 미국변호사 이현진 매니저와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Q. 이현진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 같은 회사분을 인터뷰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음.. 좀 거리를 둔 회사 동료로써 바라본 매니저님을 조심스럽게 묘사해보자면 신중하고, 배려심 깊고, 업무시간을 정직하게 지키는 분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의 첫 번째 질문은 ‘나를 단어로 정의한다면?’입니다. “한국에서 거주 중인 미국 변호사”라는 소개는 너무 식상하잖아요? 첫 질문부터 너무 어려운 질문은 아니겠죠?^^;;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황송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3개 있어요. ‘평등, 정의, 사랑’인데 여기서 사랑은 제 인생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제 좌우명이 “Complete love will liberate you”거든요. 마더 테레사가 하신 말씀인데요,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은 ‘두려움’이고, 완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쫓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단어들은 제가 지향하는 바일 뿐이고, 저를 묘사하는 단어들은 아닙니다 =)
Q. 와;; 깜짝 놀랐어요. 누가 저한테 같은 질문을 물어본다면 이렇게 술술 대답하긴 힘들 것 같아요.평등, 정의, 그리고 사랑. 따뜻한 변호사의 느낌이 풍기는데요? 매니저님이 한화케미칼에서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해외 법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제 IPC Project는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요.
Q. 아, 주로 해외 관련 프로젝트의 법무를 담당하시는군요? 그러고보니 제가 가장 궁금했던게 왜 미국변호사를 택하셨는지, 였어요. 또 어떻게 회사에 입사하게 되신건지요?
처음에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는 졸업 후에 인도에서 인신 매매범을 잡으러 다니거나 난민 캠프에서 평생 살 줄 알았어요. 그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미국변호사는 국내변호사에 비해서 진출하는 분야가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종사하는 변호사 숫자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인생이란게 꼭 제가 계획한대로 가진 않더라구요.^^ 의외로 commercial sector의 일도 무척 흥미진진하다는 걸 깨달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아, 역시. ‘사랑’을 중요시 여기는 변호사님이 맞네요. ^^ 위와 비슷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미국변호사와 한국변호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한국은 전국이 하나의 입법, 사법, 행정 시스템 안에 있다면 미국은 각 주(state)와 연방(federal)의 입법, 사법, 행정 시스템을 이중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민법과 같이 각 주에서 관할하고 있는 법의 경우, 자신이 변호사 자격증을 받은 주에서만 변호사로 활동할 수가 있지만, 지적 재산권, 이민, 연방조세와 같이 연방법을 따라야 하는 분야는 한 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받으면 어느 주에서나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Q. 흠. 미국 변호사가 국내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은 어떤 건가요?
국제 거래에서 준거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국법 또는 뉴욕주법은 “영미법”에 속하는데, 한국법이 속해 있는 “대륙법”과는 법체계가 완전히 다릅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개념과 원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미법의 개념과 원칙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Q. 그럼 주로 서류상의 이해와 검토가 주된 이유겠군요. 그 외에 협상이라던가 할 때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맞나요? 해외 기업과 협상 과정을 거칠 때 반드시 참석하셔야 할 것 같아요.
기술적인 회의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상업적인 내용과 법적인 이슈는 같은 협상테이블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협상에는 들어갑니다. 가끔은 법적인 이슈만 모아서 별도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구요. 가능하면 전화와 이메일로 하려고 하지만, 논의해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거나 복잡하면 직접 만나서 합니다. 모든 계약서와 서명이 들어가는 문서는 기본적으로 양사의 변호사를 반드시 거치게 됩니다.
Q. 지금의 일을 통해 보람을 느꼈을 때나 회의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상대 회사나 로펌과 치열하게 싸워서 회사가 원하는 것을 얻어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회의감이 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Q. 미국에서 일하실 생각은 없나요?
미국에서는 이미 2년 가까이 일을 했기 때문에, 다시 미국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가보지 않은 대륙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Q. 매니저님에게 이상과 현실에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상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이상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현실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용기를 내서 이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느냐인 것 같아요.
Q. 매니저님은 둘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선택하는 편이시죠?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 상 이성적인 현실 측면? 아니면 용기를 내는 이상 측면?
저는 용기있는 선택을 자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모든 일에서 이상을 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거죠.
Q. 매니저님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생에 이루고 싶은 4개의 꿈이 있는데요, 그 중에 한 가지만 말씀 드리면, 나중에 환갑에 즈음하여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Q. 이 얘기 하니까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셨어요! 어떤 장르의 소설을 쓰고 싶으세요? 로맨스판타지? 법정 스릴러?
‘희망’이라는 주제로 쓰고 싶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말하면 ‘청년의 희망’. 순수한 이들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인 것 같아요. 제가 그때까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소재나 주제가 달라질 것 같아요.
너무 오랜 시간을 끈 것 같아 미안해하며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는 저에게 매니저님은 본인도 재미있었다며 활짝 웃어주셨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들을 한 것은 아닌지 소심해지면서도 인터뷰에 진솔하게 임해준 이현진 매니저님 덕분에 마음에 드는 꽉 찬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요. 매 번 하는 인터뷰일지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인터뷰의 흐름, 질문, 끝난 후의 기분이 다 다른데, 이번에는 ‘자유, 사랑, 겸손, 젊음’을 한껏 느꼈던 인터뷰였습니다. 제가 이현진 매니저님을 인터뷰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과 느꼈던 즐거움, 깨달음 모두 여러분께 그대로 전달되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음 슈퍼스타H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