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물 시간 우리는 모두 삼투압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삼투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덜 짠 소금물과 짠 소금물을 반투막 양옆에 놔두면 물이 이동하는 현상이에요. 이 반투막을 조금 더 고성능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분리막 제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분리막을 더 나노스케일로 비싼 돈을 들여 개발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분리막을 만들어서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반투막은 소금을 이루고 있는 이온들인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거르고 물만 통과시킵니다. 따라서 덜 짠 소금물의 물이 짠 소금물로 이동하면서 농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요. 반투막의 성능을 더 좋게 만드는 것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물질은 내보내고 원치 않는 물질은 거를 수 있는 막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과정이 왜 필요한 것일까요?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물이다!
▲물 부족을 느낄 수 있는 수치(출처: https://infogr.am/)
우리는 물 부족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점점 물 수요량은 늘어나지만, 담수의 공급량은 제한되어 있죠. 지구상의 물은 약 97%가 바다에 존재하고 나머지 3% 정도가 빙산, 얼음, 하천 등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즉 바닷물을 우리가 마실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물로 바꾸는 문제가 중요해진 겁니다. 20년 전에는 바닷물 1톤을 담수로 바꾸는데 10달러나 들었지만, 지금은 1달러 아래 선에서 가능합니다. 현재 하천의 물을 정수하는 데에 대략 0.5~0.6달러가 들고 있죠. 실제 지금도 해수 담수화로 민물을 얻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끓여서 증류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분리막에 흘려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 분리막에 강한 압력을 걸어야 담수화가 된다는 건데요. 역삼투 원리라 하여 삼투압을 넘는 강력한 압력을 가했을 때, 순수한 물만 분리막을 통과해 빠져나오는 이 기술은 해당 압력에서도 분리막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개발되어야 하므로 상당히 고난도의 연구기반을 필요로 하죠. 그런데 이번에 나노 스케일에서도 분리막의 구조를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국내 연구진에서 분리막의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막의 구성이 균일하고도 밀도가 높은 물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소금 등의 이온은 확실하게 거르고, 그 과정에서 물과 생기는 저항을 최소화하여 물은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공정의 효율이 향상된 것입니다. 또한 오염물질은 부착되지 않고 쉽게 떼어낼 수 있어 더욱 활용도가 높죠. 또한 분리막이 담수화 공정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화제가 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죠.
선택적으로 걸러낸다!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잘 잡아내는 특성을 가진 분리막을 쓸 것인가, 아니면 더 작은 기공을 통해 질소만 흘려보내고 이산화탄소는 가두는 분리막을 쓸 것인가! 첫 번째 방법은 분리막 사이에 촘촘하게 제올라이트를 분포시키는 겁니다. 요즘 시판되는 세제를 보면 제올라이트라는 말이 자주 나오죠? 특정 입자만 달라붙게 하는 미세한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요. 이를 분리막에 고루 분포시켜 이산화탄소를 잡아내는 겁니다. 물론 제올라이트 자체의 가격이 비싸고, 이를 막에 고정시키는 기술에 대해서 좀 더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제한이 걸려 있고, 제올라이트가 열과 압력에 대해 저항성이 강한 만큼 기술 보완만 된다면 분리막 기술의 큰 전환점이 될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역차단 분리막을 개발하는 겁니다. 이산화탄소만을 잡아내고 질소는 흘려보내는 성질의 미세기공을 분리막에 잘 뿌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것이 달라붙거나 덩어리질 경우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죠. 분리막의 주성분이 되는 고분자의 반작용 없이 미세기공을 잘 분포시키고, 여기에 열을 가하여 더 작은 초미세 기공을 규칙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상용화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수소나 메탄 등을 선택적으로 잡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석유에서 필요한 기름만 걸러서 #생산한다!
▲ Rob Felt, Georgia Tech, 고동연 박사 제공
지금은 아시다시피 석유를 분별 증류하여 끓는점에 따라 유질을 분류해냅니다. 그러므로 대형 정유사에서는 많은 석유를 끓여서 우리가 쓰는 휘발유, 등유, 중유 등으로 바꿔내는 거죠.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석유를 분리막에 통과시키기만 하면 우리가 원하는 기름만 걸러낼 수 있게 합니다. 석유를 끓이려면 막대한 양의 열이 들고, 열을 생산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므로 결국 제 발을 찍는 격이죠. 분리막 기술은 이러한 비용 절감 측면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집니다.
현재 개발된 기술로 PET의 주원료인 p-자일렌을 선택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데요. 이전보다 에너지를 10배 가까이 적게 쓰면서 생산성은 10배 이상 높은 분리공정을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공정에서는 반응 자체에 쓰이는 시간과 돈보다 결과물을 분리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어요. 분리막 기술은 이러한 분리공정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만듦으로써 자원 활용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Rob Felt, Georgia Tech, 고동연 박사 제공
지금까지 분리막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지금 전 세계는 분리막 기술을 개발하려는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 효용성도 높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맥주를 가열하면 그 맛이 죽고 본래의 구성이 바뀐다는 단점이 있지만 분리막을 통과시키면 미생물과 잡균을 걸러내면서도 가열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어텍스, 전지, 자동차, 공장 설비 등 엄청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리막 기술! 화학공학기술의 결정체라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분리막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