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를 만드는 축구공 (출처: http://powertheworld.org/)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독일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에서 유래됐습니다. 그래서 ‘착한 기술’로도 불립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해당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손쉽고 값싸게, 그리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기술이기도 한데요.
적정기술하면 전문 연구진 또는 기술자만이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적정기술은 큰 프로젝트에 의해서가 아닌 '작은 관심'에서 탄생합니다. 기본적인 식수와 식량난, 전기 등을 공급받지 못해 불편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낫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적정기술을 만들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먼저 적정기술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 와카워터 설치 모습(출처: http://www.architectureandvision.com)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은 큰 이슈인데요. 특히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사막에서는 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막 땅에서 물이 나올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탈리아 디자이너 아르투로 비토리가 이끄는 ‘아키텍처 앤 비전’팀은 에티오피아에 맑은 물을 주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바로 ‘이슬을 모아 식수를 만들 수 있는 물의 탑’인 ‘와카워터(WakaWater)’에요.
▲ 와카워터 구조(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
아프리카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데요, 밤 사이 맺힌 이슬을 나무틀과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와카워터 탑 아래 공간에 모이게 해 물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서 모이는 물방울들은 하루에 95리터나 된다고 해요. 이렇게 모인 물은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권장기준에 적합하지만, 만일을 위해 정수하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 식수로 사용됩니다.
▲ 와카워터에 맺힌 물방울(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
와카워터 하나를 만드는 데 1천 달러, 약 100만 원 정도가 드는데요, 펌프나 우물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저렴합니다. 또한 탑을 만드는 데에는 1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한 번 지으면 6~10년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와카나무'를 이용해 만들어 친환경적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에티오피아와 환경이 비슷한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식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래봅니다.
▲ 플레이 펌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출처: http://www.playpumps.co.za/)
여기 아프리카의 식수난을 해결하는 착한 기술을 하나 더 소개 드릴게요. 바로 놀면서 물을 만들 수 있는 '플레이 펌프 워터 시스템(PlayPump Water System)'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운드어바웃 플레이 펌프’에서 개발한 이 기발한 기술은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원동력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펌프 기술입니다. 아이들이 이 기구를 가지고 한 시간 정도 놀면 약 1,400리터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약 2,500리터의 물을 놀이기구 근처에 있는 워터 타워에 저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펌프 하나면 주민 약 2,500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 플레이 펌프 작동 원리 (출처: http://www.playpumps.co.za/)
플레이 펌프는 ① 아이들이 회전 기구를 돌리면 ② 그 힘이 펌프를 작동시켜 ③ 물을 길어 올리고 ④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물탱크에 저장됩니다. ⑤ 펌프 반대편에 수도꼭지가 있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 펌프가 설치된 모습 (출처: http://barefooteconomics.ca/)
플레이 펌프 덕분에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생기고, 주민들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워터 타워의 4개 면에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광고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에 처음 설치돼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잠비아 등에 1,200여대가 설치됐습니다.
▲ 퍼머넷 설치 모습 (출처: http://www.georginagoodwin.com/)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목마름과 굶주림 외에도 말라리아라는 위협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지요. 모기의 습격을 막아주기만 해도 예방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모기장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착한 기술기업 ‘베스터가드 프란젠(Vestergaard Frandsen)’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살충 모기장 '퍼머넷(Permanet)’을 개발했습니다.
▲ 퍼머넷과 아프리카 아이들 모습 (출처: http://www.georginagoodwin.com/)
퍼머넷은 말라리아 방지제에 살충제를 첨가한 방충 모기장입니다. 20번 이상 세탁해도 3년간 살충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퍼머넷으로 아프리카 어린이 생존율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제품의 약성은 WHO의 승인을 얻어 제작돼 인간에게는 해가 없다고 합니다. 단순히 모기가 안으로 못들어오게 할뿐 아니라, 모기장에 닿으면 모기가 죽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으로 말라리아 같은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비용도 개당 5달러 정도로 저렴합니다. 모기장 하나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살릴 수 있다니, 간단하지만 정말 놀라운 기술인 것 같습니다.
전기시설이 필요 없는 중력조명
▲ 중력조명 이미지 (출처: http://onpurpose.uk.com/)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0%인 13억 명 이상은 전기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불편함 없이 전기를 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데요. 전기시설이 따로 필요 없이 빛을 내는 조명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중력조명(GravityLight)'입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 중력조명 구성요소 및 원리 (출처: http://atfestival.se-sang.com)
중력조명을 구성하는 요소와 작동원리를 살펴보면, ① 본체: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전환해 LED 램프에 전달해 빛을 낸다. ② 비닐 주머니: 주머니 안에 무거운 물체를 채워 담는다. ③ 벨트: 한쪽에 비닐 주머니를 매달아놓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치가 변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본체에 전달한다. ④ 연결고리: 본체와 비닐주머니가 매달린 벨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 중력조명으로 실내를 밝히고 있는 아프리카 소녀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
이 흥미로운 조명은 영국의 디자인 업체가 고안해냈는데요. 공중에 매달린 주머니가 중력의 힘으로 하강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빛으로 바꿔주는 기술입니다. 주머니가 도르래 역할을 하는 발전장치와 로프로 연결돼, 줄을 당겨 주머니를 꼭대기까지 올려놓으면 중력의 힘으로 내려오면서 발전장치가 가동되는 방식입니다. 조명의 밝기는 석유등불보다 밝고 3단계로 조절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에너지 시설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전기값도 발생하지 않고 탄소 배출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전기를 만드는 축구공 '소켓' (출처: http://atfestival.se-sang.com/)
1시간 동안 축구를 하면 3시간, 줄넘기 15분에 2시간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 기술은 실제 개발된 기술이랍니다.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제니카 매튜스와 줄리아 실버맨은 수업 과제로 공 안에 발전기를 내장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는 축구공 ‘소켓(Soccket)’을 개발했는데요. 실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이들이 놀이기구가 많지 않아 축구공 하나만 가지고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아이들은 신나게 공놀이를 하면서, 그 에너지로 전기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 소켓으로 조명을 키고 책을 읽는 아프리카 소녀 (출처: http://www.greenfiltr.com)
▲ 소켓을 직접 시연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출처: http://amazingstuff.co.uk/)
이 두 학생은 2011년 사회적 기업 ‘언차티드 플레이’를 창업해 올해 나이지리아에 5만 개의 소켓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공을 찰 때 무겁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 소켓은 일반 축구공과 비교했을 때 약 30g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무리 없이 공을 찰 수 있다고 해요.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게도 소개된 이 기술은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극찬을 받았답니다.
이처럼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이처럼 우리 주변의 나무, 놀이기구, 모기장, 축구공 등 평범한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실행에 옮길 때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죠.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적정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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